북한에서 휴대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휴대폰을 사용한 영상 및 사진 촬영의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숨기고 싶은 영상물의 국내 확산과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전성준 / 강지원)
◆ 화재나 싸움, 체포 장면 보관만 해도 집중 조사
북한의 휴대폰 사용자 수는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400만~6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휴대폰 사용이 본격화된 2008년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사진과 동영상 촬영은 물론 국내 인트라넷에 접속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지능형 손전화기(스마트폰)’가 보급되자 이를 통한 정보의 확산을 우려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7월 초, 양강도에 거주하는 아시아프레스 내부협력자는 최근 휴대전화 촬영 단속이 특히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불법 촬영 단속을 많이 했고 압수수색할 때는 사진부터 검열했지만, 최근에 손전화(휴대폰) 촬영을 통한 사고가 많아지면서 단속 수위가 높아졌다. 정확한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뿌찐 평양 방문 때 전화기로 1호 사진(김정은이 포함된 사진)을 찍은 사람이 있어서 그게 크게 문제가 됐다는 소문도 있다”
협력자는 지난 6월 29일 여맹(조선사회주의녀성동맹)회의에 안전국(경찰) 사람이 나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고 말했다.
“기념사진이라면서 국가 중요시설 앞에서 찍거나, 화재를 비롯한 재난 사고, 체포 장면 촬영, 그리고 사회적 소란을 일으키는 행위를 촬영한 영상을 보관하거나 유포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손전화 가진 사람들은 주의를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협력자는 “손전화를 가지고 있어도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을 수 없다. 찍은 사진에 군사시설이나 공장 기업소, 상점의 가격표, 그리고 꼬제비(꽃제비) 등이 나오면 외부에 보내기 위한 것이라 의심받고 집중 조사를 받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 전에 없이 강화된 단속, ‘4.27 지시’의 영향인 듯
협력자는, 규찰대가 한 주민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그 모습을 촬영하던 다른 주민의 휴대폰을 현장에서 빼앗아 부수어버린 최근 사례를 전하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특히 강압적이라고 말했다.
※ 규찰대 :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막기 위해 민간인으로 구성된 단속통제 조직
덧붙여 협력자는 민감한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뿐 아니라 일상적인 취미나 운동 등을 촬영, 편집해서 공유하는 것까지 단속 대상이라고 말했다.
“청년들끼리 격투하는 영상이라든지, 곡예, 태권도 영상 같은 것을 찍어서 편집하고, USB(메모리)에 담아서 돌리거나 손전화를 통해서 보낸 행위 같은 것도 철저히 단속하라고 학교와 청년동맹에서도 교양을 강화하라는 요구다”
이는 개인이 동영상을 제작 유포하는 행위도 ‘비사회주의’로 규정한 지난 ‘4.27 지시’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
<북한내부>이제 한류만이 아니다 개인 제작 동영상도 ‘비사회주의’ 단속 명령 ‘4.27 지시’ 하달
2023년 5월 서해를 통해 남한으로 온 탈북민이, 길가에 쓰러진 노숙자의 모습이나 오지 않는 부모를 기다리며 구걸하는 어린이의 모습 등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이 올해 3월 유엔에서 처음으로 공개돼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국제사회의 면전에서 거부할 수 없는 북한 사회의 치부를 들켜 버린 것 또한 전에 없이 강력해진 당국의 단속과 통제의 배경으로 추측된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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