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동맹 통제 강화
북한 당국이 주로 직장에 적을 두지 않은 주부로 구성되는 '여성동맹'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전해왔다. 상행위나 동원 불참 등을 '비사회주의적 행위'라며 엄격하게 관리하게 됐다고 한다. 여성동맹의 '조직생활'을 강화함으로써, 출근하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이 많았던 주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당국의 의도가 엿보인다. (홍마리 / 강지원)
◆ '상행위를 단속하라' 중앙의 지시
북한에서는 소학교 2학년에 가입하는 '소년단'을 시작으로 반드시 일정 조직에 소속돼 통제를 받는 것이 의무이다. 노동자는 '직업총동맹'에 조직되는데, 결혼 후 남편의 부양에 들어가 직장을 갖지 않은 주부는 '여생동맹(여맹)'에 소속된다.
양강도에 사는 협력자 A 씨는, 여맹의 조직생활의 최근 변화를 이렇게 전했다.
"7월 상순부터, 조직생활 불참 등 '비사회주의적 행위'에 대한 단속이 엄격해졌다. 지역마다 3~5명의 조를 짜고 거기에 간부를 배치해, '비사회주의적 행위'가 없는지, 불평불만을 말하지 않았는지를 매주 보고하게 됐다"
"'개인으로 장사를 하는 불법 행위가 여맹 조직에서 다수 발생하고 있다. 조직 규율을 강화해, 정치사상사업을 강화하라'라는 지시가, 중앙에서 간부에게 내려왔다고 한다"
실제로, 집회 동원 빈도가 현격히 늘었다고 한다.
"원래 토요일에는 정치학습이 있었다. 그것이 지금은 수요일에 정기 학습, 금요일에 강연회, 토요일에는 생활총화와 강연회로 너무 바쁘다. 출석 관리도 엄격해서 불참한 사람을 조사하고 보고하는 체제가 돼 있다"
※ 생활총화 : 모든 주민이 참가하게 돼 있는 반성회의를 이르는 말. 소속된 조직에서 주 1회 열린다.
◆ 경제도 모두 국가 기조로, 통치 강화 일환인가
1990년대 경제 혼란으로 북한의 식량배급제도는 마비 상태에 빠져 각지에서 암시장이 생겨났다. 급료와 배급이 나오지 않는데도 출근을 강요당하는 남성을 대신해, 주부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식량과 필요한 물자를 확보해 가계를 지탱했다.
2003년에 시장이 합법화되자 여성들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인다. 장사에 성공해 부를 쌓은 사람들도 있다. 간부에게 뇌물을 건네고, 여맹 조직 활동에서 빠져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것도 일상이었다.
이러한 여성들은 북한의 시장경제를 확대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통제에서 벗어난 '비사회주의적 행위'의 중심 세력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취재로, 김정은 정권이 팬데믹 발생을 전후로 주민 통제를 강화한 것이 명백해졌다. 이번의 움직임도 어느 정도 용인돼 온 주부의 경제활동을 통제함으로써 시장경제를 억제하고 국가 통제 경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양강도에 사는 다른 취재협력자 B 씨는, 1월 상순에 이렇게 전했다.
"여맹에 소속돼 있어도, 장마당(시장)에서 장사를 할 시간이 없다. 동원시키고, 과제 주고 거의 매일 같이 조직 생활을 요구한다. 학습회와 임시 동원의 경우는 3~4시간 정도이지만, 6시간 정도 지속되기도 한다"
◆ 직장에서도 충분한 수입이 없고, 생계 걱정뿐
이러한 통제에, 여성들을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A 씨는 이렇게 전한다.
"동원이 많고, 생활총화와 자기비판을 제대로 하라고, 조직생활의 압박이 너무 심하다. 이런 상태라면, 비록 수입이 줄어든다고 해도, 직장에 적을 두는 편이 낫다며 기업에 일하게 된 사람도 많다"
하지만, 출근하더라도 배급량은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B 씨는 "최근에는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뿐이다. 량곡판매소에서는 식량을 사는 줄을 서야 한다. 장사도 못 하고, 돈도 못 벌고, 나라가 주는 것만으로 어떻게 먹으라는 것인가. 걱정하는 사람뿐이다"라고 말했다.
※ 량곡판매소 : 국영 식량 전매점. 오랫동안 기능을 상실하고 있었지만 2019년경부터 가동을 재개. 2024년 현재 시장에서의 식량매매가 금지됐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식량을 살 수 있는 량곡판매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