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북한 북부 지역을 덮친 대규모 수해로, 김정은은 이재민을 평양으로 피난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피해가 극심했던 압록강변의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의 피해 주민 1만 3천여 명이 8월 15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한다. 누가 '평양 피난'에 선정됐으며, 주민들은 이 대책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들에게 물으니 주민 사이에서 '허울뿐인 쇼'라는 불만과 반발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홍마리 / 강지원)
◆ 관영 미디어가 대대적 선전하기도
북한의 관영미디어는 평양에 도착한 이재민들이 김정은의 연설에 감격하는 모습과 김정은이 아이들의 식사와 교육 환경을 신경 쓰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21일, 함경북도 무산군에 사는 취재협력자 A 씨에게, 이재민의 '평양 피난'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이재민을 평양에 데려간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불쌍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민심이 떠날까 무서워서 그러겠지. 주변 사람들은 모두 '쇼'라고 말하며 웃고 있다"
◆ 죽은 뒤 대책에 '무슨 의미가 있나'
이어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죽은 사람이 많고, 시신을 찾지 못한 사람도 많다. 노동당 조직에서는 유족을 돌봐주라고 하지만, 죽으면 끝이다. (유족에게) 옥수수 몇 kg을 줘봤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발이 크다. (평양에 데리고 갈) 돈이 있으면, 미리 수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만큼의 피해가 일어난 뒤에 뭘 해도 선전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뒤에서 말하고 있다"
A 씨 지인의 가족 중에서도 행방불명자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이 당위원회 간부에게 수색을 의뢰해도 간부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자강도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가족 전원의 행방을 모른다고 한다. (그 집의) 아내는 실성할 지경이다. 시신을 찾아서 신원 확인이 되기 전까지는 행방불명 취급이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 가옥 전파(全破) 세대만 대상, "힘든 건 다 같은데"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 B 씨에 따르면, '평양 피난'에 선발된 것은 가옥이 전파한 세대가 대상이라고 한다. 침수 피해를 입은 세대 역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당위원회에 지원을 요구해도 소속된 기업과 조직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상대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평양 피난은)보여주기라는 반발이 있다. 코로나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계속)힘든 상태다. 수해를 입은 사람들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김정은은 이재민이 평양에 도착한 15일, "뜻밖의 재난을 당하여 한지에 나앉아서도 잃어버린 가산이나 집보다 우리 당에 대한 신뢰를 더 소중히 여기며 그 신념의 본색을 추호도 변치 않는 우리 인민의 귀중한 일원입니다"라고 이재민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민심 이반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A 씨는, 이번 수해 때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변화를 느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는 (불이나 수해 발생시) 맨 처음에 초상화를 들고나왔는데, 이번에는 테레비, 태양광발전기, 변압기 등의 가재를 꺼내는 사람이 많았다.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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