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등 북한 관제 언론은 북서부인 신의주와 자강도 등에서 7월 말 발생한 집중호우로 주민 다수가 피해를 보았다고 전했는데, 압록강 상류인 양강도와 북동부인 함경북도에서도 사망자가 나오고 농지가 떠내려가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정은의 책임 추궁을 두려워한 간부들은 총출동해 복구 작업과 이재민 지원에 나섰다고 한다. (이시마루 지로 / 강지원)
◆ 홍수와 제방 붕괴로 다수 사망
호우 피해에 대해서, 노동신문 등의 관제 미디어는 김정은이 7월 29일에 피해 지역을 찾아 구호와 복구를 지시했고 신의주 등에서는 군대를 동원해 약 5000명을 구조했다고 전하고 있다. 실제 피해의 규모는 불분명하지만 현지에서는 상당수의 인명과 농지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우 피해는 북서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7월 31일 함경북도 회령시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전한 바에 따르면, 회령 인근 농촌 A 리에는 산으로부터 홍수가 덮쳐왔다. “밭이 피해를 입은 것 외에, 홍수에 두 명이 떠내려가 사망하고 소도 한 마리 죽었다고 친척으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전해 왔다.
압록강 상류에 위치한 양강도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8월 2일, 다음과 같이 전했다.
“혜산시 중심부에 큰 피해는 없지만, 보천군의 가산리에서 26일 제방이 붕괴돼 강변 옥수수밭이 모두 쓸려내려갔고 가축과 남성 1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강제 피난령이 내려져 많은 사람들이 집을 떠났다.”
협조자는 또한 “혜산시 교외의 검산리에서는 산사태로 강변의 가옥이 무너졌고, 대피하지 않아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홍수에 떠내려가는 나무를 모으려다 떠내려가 행방불명이 된 사람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압록강을 따라 만들어진 국경경비대의 초소도 파괴된 곳이 있다. 병사 중에서도 부상자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 생활 어려워 구호 물품 못 내는 주민들
혜산시 협력자는, 주로 전업주부로 조직되는 '여성동맹'에 소속돼 있다. 여성동맹에서는 수재민을 위해 의류와 이불 등 구호 물품을 내자고 호소했지만, "모두 생활이 힘들어서 8월 1일 아침까지 모인 것은 작업복 3벌과 낡은 신발 5켤레, 헌 담요 1장뿐이었다"고 전했다.
초라한 실적에 회의에서 여맹 위원장이 “지원사업에 성실히 참여하라”며 화를 내기까지 했지만 스스로도 힘든 사람들이 낼 수 있는 게 한정적이어서 지원사업은 시들하다고 한다.
한편, 간부 가족들만은 앞다투어 솥과 옷, 쌀과 현금을 내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안쓰럽다.
◆ 김정은의 질책에 겁먹은 간부들
관영 미디어에 따르면, 김정은은 29, 30일에 재해지인 신의주를 노동당 최고간부들을 동행해 시찰했다. 회의 자리에서 김정은은 직무태만과 초기 대응 미비로 인해 '용인할 수 없는 인명 피해까지 나왔다, 엄격히 처벌한다'며 비판하고, 사회안전상(경찰청장에 해당)을 비롯한 여러 간부들을 경질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를 듣고 양강도의 간부들이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혜산시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김정은이 신의주에서 간부의 목을 날린 걸 알고, 양강도 당간부들은 총출동하고 있다. 피해 상황을 조사한다고 떠들고, 복구 작업 현장에 초급 간부를 총동원하면서 난리법석이다. 간부의 가족들은 복구 작업에 동원된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앞다투어 쌀과 현금을 내려고 아우성치고 있다"
◆ 벌써부터 피해 발생 책임 떠넘기기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가 자주 발생하는 북한에서는 각지의 하천 제방과 수로의 보수 공사가 거의 매해 실시된다. 작업에는 공장과 기업의 노동자나 지역 주민이 구간을 할당해 동원된다. 이번 호우 피해가 나온 구간의 공사 책임 떠넘기기가 벌써부터, 게다가 격렬하게 시작됐다고 한다. 혜산시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상황을 설명했다.
"가산리 쪽 제방 보수를 담당한 혜산광산에 책임을 묻게 될 것 같다. 중앙에서 마구 처벌을 내리는 걸 보고, 아래 간부들도 죄 없는 사람을 마구 처벌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보수 공사를 해도, 흙과 돌을 쌓는 것만으로 큰물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는데…"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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