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늦여름에 압록강에서 빨래하는 북한 여성들. 현재는 암록강변 접근이 엄금이 되여 이런 광경은 볼수 없다. 2019년 9월 중국측에서 촬영. 이시마루 지로

동아시아를 뒤덮은 올여름 폭염은, 서늘할 것 같은 북한에서도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제2의 도시인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더위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많은 주민이 공설운동장 등의 야외에서 자고 있다고 한다.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함흥에 있는 친족에게서 들은 '혹서의 현 상황'을 8월 14일 전했다. (이시마루 지로/강지원)

◆ 운동장에 판자 깔고 이불 덮어 대여 모기장도 출현

한국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1999~2020년 함흥의 8월 평균 최고기온은 28.1도이고 평균 최저기온은 19.9도. 함흥은 해안에 있어 여름에도 지내기 쉬운 기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여름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기상 정보 사이트 'The Weather Channel=웨더채널'에 따르면 함경남도는 8월 이후 최고기온이 거의 매일 30도를 넘고 있고, 35도인 날도 있었다.

북한에서는 특권층과 신흥부유층을 제외하고 에어컨이 있는 집은 거의 없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도 기껏해야 선풍기다. 그마저도 전기 사정이 나빠서 사용할 수 없어서, 함흥에서는 잠 못드는 밤을 밖에서 보내려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취재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오후 4시경이 되면 노인들이 나와, 공설운동장의 그늘 시원한 곳에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는다. 그곳에서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판자를 깔고 이불을 덮고 자는데, 노인들에게 1000원의 자릿세를 내야 한다. 1000원을 추가하면 모기장을 빌려준다고 한다. 무직자나 꼬제비(꽃제비, 부랑자)도 밖에서 자고 있다"

※ 북한의 1000원은 한화 약 97원.

모기장은 거즈천으로 만든 것이다. 높이 40cm 정도의 삼각형 1인용으로, 수요가 많다고 한다.

"자리를 잡고 푼돈을 벌고 있는 건 모두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고, 물과 빵, 맥주도 판다고 한다"

운동장에서 자는 사람이 처음 나오기 시작했을 때는 경찰이 단속했지만, 더워서 많은 사람이 나오게 되자 그것도 느슨해졌다고 한다.

◆ 주간 근무를 아침저녁으로 변경

양강도 혜산시는 백두산 기슭에 위치한 도시다. 한국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1999~2020년 혜산시 8월 평균 최고기온은 27도, 평균최저기온은 15.4도다. 하지만 '웨더채널'에 의하면, 선선할 양강도에서도 8월 들어 최고기온 30도를 넘는 날이 속출하고 있다.

혜산에 거주하는 취재협력자가 역시 14일에 전한 바에 따르면, 혜산에는 마당이 있는 단층주택이 많아서 함흥처럼 폭염 속에서 운동장에 나와 자는 일은 없고, 집의 마당이나 지붕 위, 창고에 잘 곳을 만들어서 열대야를 버티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밤보다 낮의 더위일 것이다. 협력자는 더위 대책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직장에서는 오전은 5시부터 10시까지, 오후는 4시부터 7시까지로 근무시간을 변경했다. 인민위원회(지방정부)에서도, 낮의 더위가 심할 때는 10시부터 3시까지는 쉬고 이른 아침이나 야간에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 같은 단속통제기관에서도 낮 기온이 높은 시간대에는 순찰을 하지 않고 장소를 정해 지키는 근무를 하고 있다"

덧붙여, 혜산시에서는 7월 말 집중 호우로 인해 정전이 있었지만 복구됐다. 전기는 공업선은 하루에 4~5시간, 일반 주민선은 1~2시간 정도, 혜산시 중심부는 3시간 정도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당국은 절전을 위해, 공업선 전력 공급 지역에서 냉장 설비, 제빙기 등으로 얼음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한다.

※ 북한에서는 용도에 따라 전기 공급선이 구분되어 있다. '공업선'은 당과 행정기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등을 위한 전기 공급 전용선이며, '주민선'은 일반 가정을 위한 공급선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