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의 제방 보수 공사에 동원된 주민. 거의 수작업으로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안북도를 2021년 7월에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7월 말 북한 북부 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 작업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까지 작업 완료를 명령했고, 지방 간부들은 강한 압력을 받아 밤낮으로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가혹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하급 당간부 중에는 직무 태만으로 강제노동 처벌을 받은 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지원)

<북한내부>'배고파서 일 못 하겠다'... 수해 복구 동원자 굶주림에 이탈 주민에게 자재·지원물자 공출 요구 계속

◆ 주민에 감시 당하는 간부들

"간부들이 복구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처럼 일하고 있다. 배 나온 간부는 이제 안 보인다"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 A 씨는 간부의 ‘이변’을 8월 말에 이렇게 전해왔다. '배 나온 간부'란 으스대며 지시만 하고 일하지 않는 간부를 말한다. 계속해서 A 씨는 말한다.

"간부들은 복구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중앙당의 지시로 간부들이 현장에서 책임적으로 일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조사해 보고하게 돼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양강도 당 간부들이 불시에 복구 현장에 나와 간부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계속 조사하고 있다. 동원된 노동자들과 주민들로부터도 얘기를 듣고 있다"

◆ 간부들은 처벌에 전전긍긍

처벌을 두려워하는 간부들의 위축된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이 같은 모습은 8월 초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7월 말 집중호우가 쏟아진 신의주를 시찰한 김정은은 직무 태만과 초기 대응의 미비로 ‘용납할 수 없는 인명피해까지 났다’며 관련한 간부들을 ‘엄격히 처벌한다'고 공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사회안전상(경찰청장에 상당)을 경질했다고도 전했다. 이 같이 살벌한 분위기에 전전긍긍하는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현장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양강도에서는 홍수로 집을 잃은 주민 중 일부가 김정은의 지시로 평양으로 피난해 있는데 이 피난민을 모두 당 창건기념일까지 새로 지은 집에 입주시키라는 것이 정권의 요구라고 A 씨는 말했다. 간부들에게는 강한 압박이 되고 있을 것이다.

<북한내부>이재민의 평양 피난은 '쇼' 복구 지연과 불공평에 반발 초상화보다 가재 들고나오는 사람들... 행방불명자 수색 진행되지 않아

◆ 술 마셨다고 강제노역당한 간부도

한국 국가정보원은 9월 4일, 수해 발생의 책임을 물어 20-30명의 간부가 총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 중에는 자강도당의 최고위직 간부인 강봉훈 책임비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무산군의 취재협력자 B 씨에게 이 소식을 전하며 관련 소식을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다른 지역은 잘 모르고 (복구 작업과 관련해) 간부를 총살했다는 정보는 못들었지만, 무산광산에서는 직무 태만으로 간주된 하급 간부가 혁명화 처벌을 받았다"

혁명화란 조직의 규율을 위반한 간부에 대한 징벌의 하나로 일정 기간 현장노동을 강요받는다.

"무산광산 정광직장 세포비서(말단 당 조직 책임자)와 직장장이 복구 동원 기간 중 술을 마시고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노동자를 욕하는 일이 있었다며 2~3개월의 혁명화 처벌을 받았다. 일반 로동자와 함께 복구공사 현장에 가 있다"

◆ 러시아산 밀가루 배급

무산군의 현재 복구 상황은 어떤지 물었다.

"다른 공사를 모두 중단시키고 수해 복구에 총동원하고 있는데, 10월 10일까지 끝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산에서 회령 방면으로 가는 도로에는 다리가 무너져 아직 차량이 다닐 수 없는 곳이 있다. 임시 다리를 만들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강에 자갈을 깔았을 뿐이다. 복구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의 무단이탈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B 씨에 따르면 무산광산에서 동원된 노동자들에게는 8월 러시아산 밀가루가 1인당 15kg, 다른 공장 기업소에서도 10kg 이상이 배급됐다고 한다.

"러시아로부터 식량 지원이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굶지는 않지만 부식물과 땔감도 있어야 되고해서 다들 겨우 겨우 살고 있다"

배급된 밀가루가 러시아에서 무상 지원된 것인지 아시아프레스는 확인하지 못했다.

※아시아프레스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