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력으로 밀어붙이는 돌관공사
북한의 돌관공사는 유명하다. '속도전'이라는 선동 슬로건 아래, 건설과 토목 공사 현장에 많은 인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에 동원된다. 목적은 무리한 완공 기간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몰아넣는 것이다. 이러한 터무니없는 대규모 공사는 60년 이상 전부터 반복돼 왔는데, 과거,작업 중의 사고와 건물 붕괴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7월 말의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압록강 하류에서는, 8월 초부터 수십을 족히 넘는 이재민용 아파트 건설이 강행되고 있었다. 김정은 정권은 12월 중 완공을 명령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속도전' 아파트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전문가에게 현지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의 분석을 의뢰했다. (홍마리)
◆ 폐허? 엉터리 건설 현장을 전문가가 분석
아시아프레스는 10월 중순 이재민 전용 아파트 건설 현장인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을 중국 측에서 취재했다.
폐허인가? 라는 것이, 멀리서 현장을 본 솔직한 첫인상이었다. 덜컹거리는 형틀, 얼룩이 눈에 띄는 외벽, 멋대로 뻗어나간 철근. 긁어모은 듯 가늘고 고르지 않은 목재로 짠 발판 위에서 많은 작업원들이 이상할 정도로 밀집해 작업하는 모습은, 비전문가가 봐도 완공 후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처럼 보였다.
전문가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콘크리트 강도와 내구성 등의 재료 특성이 전문인 도쿄이과대학의 이마모토 케이이치(今本啓一) 교수에게, 현지에서 초망원 렌즈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고 아파트 건설의 특징과 문제점에 대해 물었다.
◆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탈형... '무척 서두르는 인상'
―― 북한의 건설 현장의 사진을 보고, 어떤 점을 알 수 있습니까?
이마모토 : 우선은, 무척 서둘러 시공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진(①)의 콘크리트 색깔을 보면, 콘크리트를 타설(흘려넣어 굳히기)한 뒤, 아직 충분히 경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형틀을 떼고(탈형), 상부층 등에 전용하고 있는 듯합니다.
―― 일반적으로 형틀은 어느 정도에서 떼나요?
이마모토 : 당시 기온이 20도 전후라면, 콘크리트가 충분히 강도를 가지려면 일본의 사양서(기준)로는 4~6일 정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짧아도 2~3일이죠. 하지만 사진을 보면, 길어도 하루, 어쩌면 반나절 정도에 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균열과 박락(剝落) 우려
―― 탈형이 너무 이르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이마모토 : 건물 내구성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전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콘크리트는 알칼리성입니다. 철근은 대기 중에서는 녹이 슬지만, 알칼리성 안에서는 녹슬지 않습니다. 다만, 콘크리트의 알칼리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약산성)와 반응해 중성이 되어, 이것이 철근 위치까지 이르면 철근은 녹슬게 됩니다. 그러므로 철근콘크리트조는 콘크리트의 강도가 강하고 치밀할수록, 이 반응이 진행되기 어려워 내구적인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탈형이 너무 이르면, 당연히 콘크리트의 조직이 충분히 치밀화하기 어려워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수분이 철근에 도달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즉, 콘크리트의 수명... 균열과 박락(剝落, 떨어짐) 등이 빨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