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괴로 '흔적도 없이 잔해더미'

1990년대 후반에도, 평양의 통일거리에서 신축 8층 아파트가 완전히 붕괴돼 약 60명이 압사하는 사고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동계에 작업이 이루어져 콘크리트가 충분히 경화되기 전에 얼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건설 공사를 계속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당시 사고 현장을 본 탈북 남성은, "(아파트는)흔적도 없이 잔해더미가 돼 있었다. 초봄에 기온이 오르자 동결했던 콘크리트의 수분이 녹아 물러져 붕괴한 것이다"라고 아시아프레스 취재에 증언했다.

압록강 하류의 건설 현장에서는 11월 중순부터 영하권의 기온이 이어진다. 이마모토 교수는 적절한 온도 관리를 하지 않고 콘크리트 작업을 계속할 경우 붕괴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특유의 돌관공사로 인해 지금까지 평양뿐 아니라 각지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던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인재인 것이다.

이재민용 아파트. 지금은 이때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외관이 근대적으로 정돈돼 있다. 2024년 10월 평안북도 신의주, 촬영 아시아프레스

◆ 외관을 중시하는 북한 고층 아파트

이재민용 아파트 건설은 8월 초순부터 시작돼 완공 기한은 몇 차례 연장됐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12월 말 예정된 노동당 전원회의까지 '최상의 수준으로 완공'할 것을 명령했다. 12월 들어 중국에서 촬영된 사진에서는, 아파트 외관은 몰라보게 정돈돼 있다.

그러나, 북한의 고층 아파트는 외관은 좋지만 살기에 매우 불편하다. 많은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고, 있다고 해도 전력이 부족해 가동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도도 마찬가지로 전력이 부족해 공급 시간이 한정돼 있는데, 낮은 수압 때문에 상층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불편한, 그리고 안전도 담보되지 않는 아파트를, 과연 주민들을 환영할까?

동원된 사람들이 내몰리듯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2024년 평안북도 신의주, 촬영 아시아프레스

◆ "안전한지 아닌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에게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물은 5층 이상에는 거의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단, (중국 측에서의 시선을 의식해)나라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전기는 '주민선'이 아니라 '공업선'을 넣을 것 같으니, 전력 사정은 일반 주택보다는 나을 것이다"

※ '공업선'이란 공장과 기업소의 생산을 위한 전기 공급 전용선이며, '주민선'은 일반 가정용 선이다. 공업선이 우선되기 때문에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다.

이 협력자 주변 아파트에서도 불량 시공 때문에 방의 벽 시멘트가 떨어져 수리가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건설 중인 이재민용 아파트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상정하며 이렇게 말한다.

"김정은의 방침으로 지어지는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어느 정도의 설비도 갖춰져 있을 것이니까, 서로 들어가려고 할 것이다. 제대로 (안전을 보장해) 공사했는지 어떤지는 우리나라 수준에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장기간에 걸쳐 피난 생활을 강요받고 있는 주민들에게, 무엇보다도 우선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 안심은 언제까지 담보되고 있는 것일까. 외부 어필이 더 우선되는 한, 결코 길지 않을 것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