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북한 병사 정금룡이 소지하던 조선노동당 입당 청원서. 우크라이나 당국 발표.

러시아에 파병돼 전사한 북한 병사의 유류품에서, 조선노동당 입당 청원서가 발견됐다. 이는 특수한 조치로 긴급히 입당을 인정하는 '화선입당'이 제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왜 전장에서의 입당 청원일까? 김정은 정권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강지원 / 정리 : 홍마리)

◆ 북한에서 '입당'이 특별한 이유

조선노동당원이 된다는 것은 북한 사회에서 어떤 의미일까?

대전제로, 북한은 엄격한 계급사회임을 알 필요가 있다. 계급에 따라 직업 선택과 출세, 거주지 등에서 발전 가능성이 크게 달라진다. 결혼도 좌우한다. 그리고 북한의 젊은이들이 보다 위의 계급을 목표로 할 경우, 빼놓을 수 없는 세 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그것은 조선인민군에서 복무를 마치는 것, 대학을 졸업하는 것, 그리고 입당하는 것이다.
※ 아시아프레스 조사에 따르면 현재 남자의 일반적인 군 복무기간은 8년, 여자는 5년이다.

입당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군대를 제대하면 우선적으로 입당할 수 있는 우대조치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제대 후 사회생활에서의 태도를 중시하게 됐다. 노동당의 정책에 충실할지, 평소의 소행은 나쁘지 않은지 보는 것이다. 당과 지도자(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계속 묻는 셈이다.

보통 입당 청원서는 1년에 2회 제출할 기회가 있지만, 미리 당조직이 선발한 사람만 청원할 수 있다. 그 후, 2년의 '후보당원'으로서의 기간을 보내고 심사를 거쳐야 당원 자격이 주어진다.

북한 병사 유류품에서 발견된 가족사진. 왼쪽 사진은 2024년 8월 15일 촬영으로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 오른쪽 사진은 2023년 3월 16일 촬영으로 '동생과 함께'라고 적혀 있다. NK인사이더에서 인용.

◆ 즉시 입당이 허가되는 '화선입당'

'화선입당'이란, 이러한 긴 과정을 뛰어넘어 당조직으로부터 입당이 허가되는 매우 특별한 경우다. 전시 상황이나 특수한 공로가 인정된 경우에만 유효하며, '화선입당'한 당원은 별격으로 인식된다.

입당 청원서를 소지한 병사의 나이는 불명이지만, 러시아에 파병된 병사들은 대체로 18~24세의 젊은 세대가 중심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병사에게 지급되는 돈도 물자도 극히 적다. 표창휴가제도도 좀처럼 활용할 수 없다. 러시아에 파병된 병사에게 주어지는 참전 대가는, 담배와 술 외에 크게 없을 것이다. 훈장이나 메달을 받아도 실사회에서는 거의 의미도 가치도 없다. 만일 러시아 파병 병사가 불과 20대 초반에 입당을 약속 받는다면, 그것은 파격적이고 뜻밖의 '보상'이 된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 2014년 9월 당시 하사는 달 150원을 받았다. 당시 한화로 11.6원에 볼과하다.

◆ 정금룡 "죽어도 혁명의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

이번에 발견된 입당 청원서에는, '청원자 정금룡'이라는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부셔져 가루되고 흰빛을 잃지 않는 백옥처럼, 불에 타도 곧음을 잃치 않는 참대처럼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않는 사상과 신념의 최강자로 억세게 준비해 나가겠다는 것을 굳게 결의하면서..."

당원이 된다는 것은, 당과 지도자에게 인생을 바치고 철저하고 모범적으로 행동하겠다고 맹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러시아 전장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즉, 다른 병사의 모범이 되도록 솔선해 전선에 서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군의 사상자 수는 이미 3~4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장에 투입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병사들은, 본 적도 없는 최신 무기에 의해 동료가 잇따라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과 공포, 혼란 속에 있을 것이다. 염전(厭戰) 기운이 만연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북한 당국은 병사들의 전의를 부추기는 데 효과적인, 거의 유일하게 가치가 있는 대가로서 '화선입당'이라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 필자는 이렇게 보고 있다.

전장에서 사망한 북한 병사. 우크라이나 당국 발표

◆ 목숨과 맞바꾸는 당원증

하지만 병사들에게, '화선입당'은 당원증과 목숨을 교환하는 선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전장에서 동료의 죽음에 직면하면서, 입당 청원서를 작성할지 말지, 군인들의 갈등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전쟁터에 나선 병사들에게 싸울 의지가 되는 것이 당원증이라면, 전투 의욕을 고무하기는커녕 큰 허무함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