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폭탄정신'에 의한 맹목적인 집단

폭풍군단에서 무엇보다도 중시되는 것은, '총폭탄정신'이다. 이것은 수령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사상이다.

낙하 훈련 때는 등의 낙하산과 별도로 배에 예비 낙하산을 묶는데, '폭풍군단'은 예비 낙하산 대신 폭탄을 주면 폭탄이 되어 적진에 떨어진다는 충성을 맹세한 부대로도 유명했다.

1993년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대비한 준전시 태세 때, '폭풍군단'에서 김정일에게 '예비 낙하산 대신 폭탄을 달라'라는 편지를 보내 충성을 인정받았다는 일화도 있다.

당시의 나 역시 장군님의 특공대라는 자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들은 특별한 군인이라는 우월감이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자폭용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정신만 차리면 몸을 내던지도록 훈련에 힘쓰고 있었다.

북한에서는 9세부터 소년단 조직에 가입해, 정치적 조직 생활을 시작한다. 학교에서도 사상 교육을 집중해 실시한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17세의 청년이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총폭탄', '결사옹위', '자폭용사' 등의 슬로건이 사방에 쳐져 있는 주둔지 안에서 피를 토하는 훈련의 나날을 보내게 되면, 아주 쉽게 맹목적인 집단이 된다.

◆ 충성 앞에... 너무나도 잔혹한 앞날

'폭풍군단' 병사의 실체는,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사회 경험도 없는 세뇌된 청년들이다. 당시의 나를 돌이켜 보면, 분별없이 마구잡이로 돌진하는 불나방 같은 존재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판해야 할 것은 순수한 젊은이들을 이용하는 북한 당국이다. 어느 나라라도 군인이라면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되는 병사는 주로 18~24세로 추정되고 있다. 전장에서 북한 병사가 만취했다, 러시아의 지휘 계통에 따르지 않는다 등의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젊은 병사들은 처음으로 전쟁을 겪고 극한의 심리 상태에 놓여, 심한 혼란에 빠진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정은에게 있어 '폭풍군단'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폐쇄적인 계급 사회 안에서, 자신의 장래를 개척하기 위해 국가에 충성을 맹세하는 길을 선택한 젊은이들의 앞날이 전장이자 죽을 곳이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잔혹하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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