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에 쿠르스크주에서 찍힌, 파병된 북한 병사로 여겨지는 전투원. 안드레이 차프리엔 씨의 텔레그램에서 인용.

북한에서 러시아로의 노동자 파견 붐이 일어나고 있다. 북한 각지에서 모집이 계속되고, 엄격했던 선발 심사 기준이 완화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파병이 드러난 지난해 10~11월경부터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북부의 3개 도시에서 조사했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안보리 제재를 러시아는 무시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북한은 2024년 초부터 중국과 러시아로의 노동자 파견을 재개했다. 코로나 쇄국으로 경제가 타격을 입고 외화난에 시달리는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해외에 자국민을 파견하는 것은 도망이나 외국 정보 접촉이라는 부작용이 있지만 손쉽게 외화를 벌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노동자의 수용은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다. 2017년까지 중국은 5~10만 명을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팬데믹이 진정되자 귀국을 독촉하는 한편 신규 노동자 수용을 강하게 억제하고 있다.

◆ 건설과 시베리아 벌채에 파견

러시아는 건설 및 내장 공사 현장과 시베리아 벌채에 노동자를 받아 왔다. 그 수는 2017년까지 3만 명 정도였다고 한다. 싼 인건비로 성실하게 일 잘하는 북한 노동자에 대한 러시아 국내의 평가는 매우 높았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한과 급격히 가까워진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도 대북 제재 이행 의무를 거의 무시. 만성적 노동력 부족이 전쟁으로 가중돼, 북한 인재의 수요가 높아지자 지난해 초부터 신규 수용을 재개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0월 29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는 4000여 명으로 월급은 800달러 정도라고 발표했다.

2023년 9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노동신문에서 인용.

◆ 한국 드라마 시청해도 파견 불가

북한에서는, 해외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드문 기회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 김정은 정권이 개인의 경제활동을 엄격히 제한한 탓에 도시 주민들은 현금 수입이 급감해 곤궁해졌기 때문이다. 친족으로부터 돈을 구하거나 집을 팔아 뇌물을 마련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심사는 엄격해, 신원조사는 물론 과거에 한국 드라마 시청으로 검거된 이력이 있거나 친족 중 탈북한 사람이 있으면 제외됐다. 직장과 인민반의 추천도 필요하다.

◆ 파병 계기로 노동자 선발도 활성화

함경북도 무산군의 취재 협조자는, 지난해 12월에 다음과 같이 전해 왔다.

"작년 봄부터 무산광산에서 중국 파견 인원을 모집해 선발도 끝났는데, 중국이 수용을 애매하게 연기하거나 제재 위반이 된다고 해서 9월에 파견된 사람이 돌려보내지거나 했다. 그래서 러시아에 노동자를 보내게 됐고, 신원과 직장 조직 생활에 문제가 없는지 재확인을 서두르고 있다. 대부분이 건설 노동에 종사할 거라고 한다"

또한 회령시의 취재협력자도, 당국이 러시아행을 대대적으로 모집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회령에서는, 러시아에 병사를 보낸 뒤인 11월 15일부터 모집이 활발해졌다. 건설노동과 공장노동이다. 회령만 해도 200명 규모로 선발했다. 근무 기간은 1년과 2년으로 나뉘어 있다고 들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양강도에서도 지지부진한 중국 대신 러시아로 많은 사람들이 향하고 있다.

"혜산시에서도 러시아로 많이 갔다. 12월에만 37명이 갔다고 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도 뽑히고 있다. 전쟁 부흥 건설에 동원된다는 말도 있고, 일반 공장에서 일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평양과 라선을 경유해 러시아로 간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직장 추천과 보증인만 있으면 대체로 파견 허가가 나오고 있다"

◆ 당국의 착취 심하다고 취소하는 사람도

한편, 한 번 정해진 러시아행을 취소하는 사람이 최근 늘고 있는 모양새다. 처우 불만이 이유다. 코로나 이전에는 러시아에서 5~10년의 장기 외지 돈벌이가 가능했는데, 이번에는 1년 혹은 2년으로 기간이 짧다고 한다. "3~6개월 단기 파견 모집도 하고 있다. 직장 추천이 나왔는데도 가기를 단념한 사람도 있다"라고, 무산군 협력자는 말한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귀국한 노동자들의 입에서, 열악한 노동조건과 당국의 착취가 심하다는 정보가 새어 나와 확산하고 있다.

"인근에 허리가 아파서 중국에서 돌아온 여성이 있는데, '마치 기계나 가축처럼 일을 시켰다. 1년에 5만 위안(약 992만 원)은 벌 수 있다고 했는데, 제대로 돈을 받지 못했다'라고 불만을 터트려, 안전국(경찰)에 불려 가 청년동맹에서 자기비판서를 쓰게 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제 파견으로 외국에 나와도 힘들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양강도 협력자)

※ 청년동맹 =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고급중학 학생, 대학생부터 대체로 30세까지의 근로청년까지를 조직하는 노동당 산하 대중조직.

2024년 1월에는 지린성 공장에 파견돼 있던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분노해 직장을 점거하고 관리책임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고 일본과 한국의 미디어가 보도했다.

덧붙여,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가 어느 지역에서 어떠한 일에 종사하고 있는지, 북한 국내의 협력자들은 확인하지 못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