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코트와 선글라스 차림으로 조선인민군 제1공군사단의 비행연대를 방문한 김정은과 딸.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소개됐다. 2023년 12월 1일 자 조선중앙통신에서 인용.

한국 당국이 이름을 '주애'로 추측하는 김정은의 딸이, 관제 매체에서 호사스러운 차림새로 노출을 반복하고 있다. 이를 바라본 북한의 중고생 사이에서, 자신들의 삶과의 극단적인 격차를 인식하고 딸을 놀리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지원 / 홍마리)

◆ 가죽코트에 시스루... 호사스럽게 차려입은 딸

김정은의 딸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한 것은 2022년 11월. 아버지와 손을 잡고 미사일 발사 실험장에 빨간 구두를 신고 나타났다. 이후, 공식 행사에 참여하는 어린 모습이 종종 관제 미디어에 보도된 바 있다.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경칭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1월 1일 평양에서 열린 새해 축하 공연에 모습을 드러내 김정은과 손을 꼭 잡고 관람하는 모습 등 여러 사진이 공개됐다.

한국 정부는, 이 딸을 2013년생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통한 얼굴로 매번 깔끔하게 세팅된 어른스러운 헤어스타일, 가죽코트와 시스루 소재의 옷 등 호사스러운 옷차림으로 등장한다.

정권에 의한 노출 방법은, 분명히 딸에게 각광을 받게 하는 연출이다. 하지만 이것이 당국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북한 사회에 가져오는 모양새다. 일반 서민 아이들 사이에서, 김정은의 딸과 자신의 삶의 엄청난 격차를 개탄하거나 조롱,야유하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 '누구는 부모를 잘 만나서 나라도 받을 수 있는데'

북한의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 A 씨는 이렇게 전한다.

"'누구는 부모를 잘 만나서 나라도 받을 수 있는데'라고, 딸을 빗대고 말하는게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이것저것 돈을 가져오라고 하는데, 생활이 어려워서 부모는 좀처럼 낼 수 없습니다. 그럴 때 하는 말입니다.

누구는 잘먹고 잘입고 부모가 엄청 사랑해주는게 방송으로 많이 나오면서 본인들의 처지를 비하하고 부모를 원망하면서 하는 말들인데도 걸리면 부모까지 문제시 될판이예요."
※ 북한에서는 무료 교육이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교육비나 학교 경비의 상당 부분을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A 씨는 계속한다.

"딸이 등장하기 전에는, 또래나 친구가 어떤 심부름을 시키면 “네가 장군님이가”하는 농담이 유행어처럼 번졌었는데 지금은 딸이 나오니까, “뭐 필요한게 있어? 말만하라잉” 이런 딸을 조롱하는 농담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어른들은 그래도 '재는 좋겠다 태어나서 좋은 부모 만나서' 정도로 말하는데 그치지만, 애들은 철이 없으니까, 원하는걸 다 가질수 있는 딸이 부러워서 말이 점점 퍼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