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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부가 2024년 11월경, '돈표'라 불리는 임시 금권을 갱신해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시켰다. 그러나 시장과 개인 간에는 액면가의 65% 정도로 할인돼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통화 정책에 대한 주민의 뿌리 깊은 불신이 원인이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3년 반 전 재정난의 궁여지책으로 발행했지만
'돈표'란 조선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임시 금권, 이른바 쿠폰이다. 2021년 8~9월에 정규 지폐 최고액과 같은 5000원 권이 발행됐다.
이는 신형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심각한 경제 부진에 의해 정부 기관과 기업이 종업원의 노임 지급과 결제를 할 수 없게 되자 구제책으로 발행한 것이다. 또한 김정은 정권이 단행한 철저한 국경 봉쇄 탓에 정규 지폐 인쇄용 종이와 잉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할 수 없게 됐다. 외화 부족이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돈표'는 앞으로 같은 액면의 정규 화폐와 바꿀 수 있다고 정부는 통지했지만, 시중에서는 이를 믿지 못해 상점과 시장에서 '돈표' 수취를 거부하거나 할인해 매매하는 등 처음부터 기피가 횡행했다. '종이 질이 나쁘고, 금방 너덜너덜해진다'라고 평판도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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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미 1.65배, 휘발유 2.15배 하이퍼 인플레이션
"(작년)11~12월 새로운 '돈표'가 발행돼 옛 '돈표'는 현금이나 새 '돈표'와 교환한다는 통지가 있었다. 물가 상승 대책이다"
이렇게 전한 것은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 A 씨다. 북한에서는 지난해 8월경부터 식량, 휘발유와 디젤유, 중국 위안, 미국 달러 가격이 급등했다. 12월 시중 가격은, 연초에 비해 백미는 1.65배, 휘발유는 2.15배, 미국 달러는 3.3배 올랐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다.
그 원인 중 하나는, '화폐교환'이 실시된다는 소문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통화를 새 원으로 바꿔 구 지폐는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북한 원의 가치 하락을 예상한 많은 사람이 중국 위안과 미국 달러를 구해 물자 사재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