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중앙위원회 서기국에서 접대를 받은 간부들을 "썩어빠진 무리, 방자한 오합지졸의 무리'라고 강하게 비판한 김정은. 2025년 1월 29일 자 조선중앙통신에서 인용

김정은이 노동당 간부의 부정부패 행위를 이례적 강도로 비판했다. 지난달 말 열린 당중앙위원회 비서국 회의에서, 간부가 음주 접대를 받은 것을 '특대형 범죄 사건' 등으로 강경히 질책한 것이다.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즉시 간부 접대 현장인 식당이 조사 대상이 돼,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부터 김정은이 부르짖어 온 '부정부패와의 싸움'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홍마리 / 강지원)

◆ 꽤 거창한 '특대 사건' 내용은

김정은은 1월 27일에 열린 당 비서국 확대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인민의 존엄과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남포시 온천군에서 40여 명의 당 간부가 술 접대를 받은 '특대 사건'이 발생했다. 자강도 우시군에서는 지역 주민의 재산을 침해하는 '특대형 범죄 행위'가 있었다고 한다.

별일 아니다. 한마디로 간부가 주민에게서 뇌물과 음주 접대를 받은 사안이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주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단속을 눈감아 주거나, 조직의 활동에서 빠져 장사를 하거나, 심지어 탈북까지도 뇌물에 의해 성립해 왔다. 그러한 현상에 비추면 너무나 과장된 표현으로 들린다.

◆ 철거된 간부용 접대방 '골방'

그러나, 지방 도시에서는 벌써부터 소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김정은의 발언에 의해 '접대 사건'의 단속이 시작된 것이다.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시당조직부에서 파견된 사람이 간부 접대에 관한 조사를 하고 돌아다녀 식당이 떠들썩하다. 일부 식당에서는 몰래 '골방'이라 불리는 은밀한 개인실을 만들었는데, 종업원을 조사해 '골방'을 없애고 있다"

'골방'이란 무엇일까? 협력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좋은 식당에서는 구석에 준비돼 있는데, 부탁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 거기서 간부를 대접하는 것이다. 저녁 식사는 대략 100위안(한화 약 2만 원)부터. '골방'으로 이어지는 뒷문도 있어서 눈에 띄지 않도록 돼 있다. 예약이 필요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 왜 이제 와서? 냉담한 시선

김정은은 '인민제일주의'를 표방하며 간부의 권력 남용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 경향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강해졌다. 철저한 방역을 실시함에 있어 뇌물로 인해 규칙이 무시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지금까지도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종종 지적해 질책하고 처벌했다. 이번 간부 접대 문제에 관해서도 "가장 우선적인 문제로 중대시해 회의를 소집했다"라고 강조했다. 당내 규율을 매우 중시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협력자는 이러한 방침에 의문을 제기한다.

"(접대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간부들이 접대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곤란한 일을 해결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접대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 옛날부터 있던 건데, 왜 이제 와서 문제가 되는 걸까?"

근본을 바로잡으면 주민들의 의식주 걱정 없이 살 수 있고, 다양한 규제가 완화되면 간부에 대한 뇌물과 접대는 필요 없게 될 것이다. 간부에 대한 처벌 외에도 부정부패가 만연할 소지를 없애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