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 4월 신병 등록 = '초모'에 향해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 해당) 졸업 예정 남자는 진학자를 제외하면 입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러시아 파병이 알려지자 부모가 입대를 피하기 위해 아들을 다른 지역으로 피신시키거나 뇌물을 써서 가짜 질병 증명을 만들거나 하는 행위가 횡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와 군사 동원을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시마루 지로 / 강지원)
◆완전히 들켜 버린 러시아 파병
북한 정부는 아직까지도 자국 병사를 러시아에 파병하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한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이 파병 정보를 공개한 이후 전장의 북한 병사 사진과 영상, 소지품이 많이 보도됐다. 포로가 된 병사의 심문 모습과 언론 인터뷰도 공개됐다.
"다수의 전사자가 나오고 있는 것까지는 몰라도, 우리 군대가 러시아에 파병되고 있다는 건 이제 다 알고 있어요."
2월 말 북부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 A 씨는 이렇게 전했다. 아시아프레스는 몇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는데, 확산한 파병 정보의 주요 발신원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걱정하는 부모들이었다.

◆뇌물 써서 전염 질환 가짜 진단서 제출
그리고 이제 4월의 신병 등록이 다가오면서 졸업 예정인 고급중학교 학생과 부모 사이에 동요가 커지고, 노골적인 징병 회피가 잇따라 당국이 당황하고 있다며 A 씨는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학교와 '군사동원부'는 비상사태입니다. 적어도 1~2년만이라도 입대를 늦추려는 부모들이 매우 많습니다. 돈이 있는 집은 전염성 간염, 결핵의 진단서를 뇌물을 써서 큰 병원에서 발행받아서 군사동원부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그렇게 해서 입대를 면제받은 아이가 있어요. 돈이 없는 집의 아이는 그럴 수 없으니까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 군사동원부 : 국방성의 조직동원보충국 산하의 병역 사무를 담당하는 부서. 각 도, 시, 군에 설치돼 지역 신병의 입대 사무를 맡는다.
◆아들 도피로 부모를 엄벌에
졸업 예정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입대가 싫어서 거주지에서 도망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신체검사나 면접에 나타나지 않는 학생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인근의 〇〇 중학교에서는 7명이나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부모는 '군사동원부'에 끌려가 '아들을 데려와라'라는 명령을 받을 뿐 아니라 직장에서 비판무대에서 규탄받거나 출당(노동당으로부터의 제명), 직무 해제 등 강한 처벌까지 받고 있다고 합니다. 도망간 학생을 적발하기 위해 도로에서 검문이 강화돼 특별 '숙박검열'까지 하고 있습니다"
※ 북한에서는 당국의 허가 없이 다른 사람 집에 머물 수 없다. 무단숙박자를 적발하기 위해 당국이 집마다 돌아다니는 것이 '숙박검열'이다.
◆비상에 걸린 당국, 군입대 지원 행사도 중지
2월 27일 자 조선중앙통신은 평양 시내 고급중학교 졸업예정자 300명이 최전선 국경 배치를 탄원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청년들이 애국심에 자발적으로 입대를 지원했다는 형식을 취하기 위한 행사로, 거의 매년 열린다. 혜산시에서도 2월 말 학교별로 집단 탄원식을 열 예정이었다.
"위연 중학교에서는 졸업생 전원을 모아 집단 탄원식을 한다고 양강도 청년동맹에 전했는데, 도망간 아이들이 많이 나와서 조용히 중지됐습니다. 정부는 '초모'에 꽤 고전하고 있고, 매년 4월과 7월에 하던 초모를 올해는 5월에도 추가로 한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서 러시아로 파병된 병사는 약 1만 2천 명으로, 3천 명이 사상하고 그중 300명이 전사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사상자 발생 정보가 확산하면 징병 기피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부모가 아들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한의 군복무 기간은 병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작년에는 남자는 의무제로 8년, 여자는 지원제로 5년이었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파병의 영향으로 늘어난다는 정보가 있지만, 아시아프레스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