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망원 렌즈로 촬영한 농장 탈곡장 모습. 옥수수가 대량으로 보관되어 있고 저울로 무엇인가를 계량하고 있다. 2024년 10월 함경북도 온성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아시아프레스)

북한에서 농업 정책의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협동농장’에서 ‘협동’이라는 문구가 사라졌고 농업 생산과 생산물 처리에 국가의 관여가 줄어들면서 농장의 재량이 크게 확장되고 있다. 2020년대 초부터 농업 관련 법률이 부단히 개정되는 한편, 현지 취재협력자들의 소식으로 미루어 보아 김정은 정권이 대대적인 농정 개편에 나선 것이 확실하다. 김일성이 ‘인민에게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인다’는 목표를 세운지 70년이 지났고, 김정은 정권 13년차인 현재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국민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 현재의 과제는 집단농업을 견지하면서 어떻게 생산성을 향상시키느냐이다. 농업 정책 개편 실태를, 농장을 현지 조사해 시리즈로 보고한다. (전성준 / 강지원)

◆ 국내 2개 농장에서 비밀리에 조사

대대적인 농업 정책 변화는 농업 관련 법률의 개정과 실제 농업 현장에서 변화로 관측되고 있다.

2020년 이후, 김정은 정권은 다수의 농업관련 법률에 대한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2024년 8월 한국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북한법령집」에 따르면, 2020~2021년 사이 「농장법」이 무려 4차례나 개정되었다. 이외에도 「농업법」과 「양정법」은 각각 2020년과 2021년에 개정되었다. 개정된 농업관련 법률의 사후 분석을 통해 북한 농업정책 제도 변화의 대략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정보는 아시아프레스 북한 내부 취재협력자의 현지조사 보고다. 농장을 조사한 두 명의 취재협력자는 모두 함경북도에 거주하며, A 씨는 농장원, B 씨는 도시에 거주하면서 인근 농장의 현지조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두 농장 모두 농장원이 약 500명 정도로, 논보다는 밭농사가 중심인 북부 지역의 전형적인 농장이다.

취재협력자가 보내온 현지 농장의 변화는 개정된 농업관련 법률과 많은 부분에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법제도와 실제 농장 운영을 대조하면서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농업 정책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것이 본 연재의 취지이다.

이를 위해 1.생산, 2.분배, 3.유통의 측면으로 나누어 게재한다.

아시아프레스의 이번 조사는 북부의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북한의 농업 전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황해도를 비롯한 중남부의 곡창지대에 관한 정보는 거의 접할 수 없었다. 따라서 북한 농업 전반으로의 확대 해석에는 한계가 있음을 밝힌다.

◆ 변신하는 농장, 농지는 국유화되었는가?

2022년 여름 이후 북한 관영매체에서는 ‘협동농장’이라는 용어가 ‘농장’으로 대체되었다. 연구자와 언론을 중심으로 그 배경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오갔지만,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아시아프레스는 이러한 명칭 변화가 농지의 국유화라는 정책적 대전환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농지의 소유권은 농업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북한의 토지법(2022년 5월 개정본) 11조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협동단체소유토지는 협동 경리(경영)에 들어있는 근로자들의 집단적 소유이다’

또한 북한헌법(2023년 9월 개정본) 제23조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국가는 농민들의 사상의식과 기술문화수준을 높이고 협동적 소유에 대한 전인민적 소유의 지도적 역할을 높이는 방향에서… (중략)…협동단체에 들어있는 전체 성원의 자원적 의사에 따라 협동단체소유를 점차 전인민적 소유로 전환시킨다’

전인민적 소유는 국가 소유를 뜻하는 북한식 표현이다. 협동적 소유의 국유화 방침은 북한이 일찍이 김일성 시대부터 강조해온 문제이다. 협동농장은 사회주의 완전승리, 즉 공산주의사회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농장원들이 수확한 작물을 소달구지에 싣고 있다. 소는 지금도 북한 농경에서 중요한 노동력이다. 2024년 10월 자강도 만포시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협동’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2024년 10월, 아시아프레스는 현지에서 ‘협동농장’ 명칭이 실제로 바뀐 것을 확인했다. 취재협력자 B 씨는 현지에서 조사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제 협동농장이라는 개념을 없애고 리마다 지역명을 붙여 OO농장, 이런 식으로 불러요”

또 다른 취재협력자 A 씨는 지난 2월 보고에서 자신이 소속된 농장에서도 ‘협동’이라는 표현이 사라졌지만, 농장 차원에서 그러한 변화에 대해 따로 해명은 없었다고 전했다.

“작년에 ‘협동농장’에서 ‘농장’이 된 거는 특별한 의미는 없는 거 같아요. 이름이 바뀐 것뿐이지 그대로예요”

국영화가 된 것이냐는 아시아프레스의 질문에 A 씨는 국영화 된 것은 아니라며 “(황해도나 평안도 등)곡창지대는 알곡 생산이 우선이기 때문에 국영으로 하고 산간이나 지방 농촌에서는 대부분 농장으로 바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A 씨의 이 같은 진술이 과거에 황해도의 일부 지역에 존재했던 국영농장들에 대한 언급인지, 아니면 최근의 정책 변화와 직접적인 결과인지는 확실치 않다.

협동농장 명칭 변경은 농지 국유화를 위한 과도기적 조치일 가능성도 있지만, 당국이 농지 국유화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동요와 반발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공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58년 농업협동화가 완성되어 개인 토지가 협동적 소유로 전환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농지의 국유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여전히 토지 소유권 문제가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