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2월 후반부터 빈곤 가구 조사를 시작했다. 먹을 것도 돈도 바닥난 '절량세대'를 인민반에서 목록화하고, 동사무소에서 생활 실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보릿고개(춘궁기)'를 눈앞에 두고 주민 사이에서 굶주림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고 있으며 당국의 구원에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시마루 지로 / 강지원)
◆ 하루 세 끼 먹고 있으면 '어떻게?'라며 신기해해
"요즘, 도시 서민의 먹는 문제는 정말로 심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하루 두 끼 이하로 살고 있고, 세 끼 먹는 집은 '어떻게 살지?'라고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입니다"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 A 씨는 이렇게 탄식했다. 2월 초부터 평안북도, 함경북도의 협력자들로부터도 '이제부터 어떻게 먹을 것을 구해야 하나'라는 주민들의 걱정의 목소리가 전해지고 있다.
불안의 이유는 주로 3가지.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현금 수입이 없다는 점. 지난해 가을부터 시중의 식량 가격이 폭등한 것(아시아프레스 조사에 따르면 연초에 비해 백미가 1.65배, 옥수수는 1.38배 올랐다). 그리고, 이제부터 '굶주리는 봄' = '보릿고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 인민반은 말단 행정조직으로 통상 20~30세대, 약 60~80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 '보릿고개'란 춘궁기를 이르는 말. 6월경 감자, 8~9월의 옥수수 수확까지의 단경기에는 농촌에서는 저장분이 줄고 도시에서는 식량 가격이 상승한다.
◆ 2023년은 아사자 발생, 지난해는 정부 지원으로 개선
특히 도시 민중에게 큰 타격은 현금 수입의 격감이다. 김정은 정권은 2022년경부터 장사 등 개인 경제활동을 엄격히 규제하고, 국영기업 등 직장에 출근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 정책 전환에 따라 식량배급을 부활시켰지만 필요량의 1/3에서 절반 정도의 지급에 불과해 2023년 3월부터 여름에 걸쳐 지방도시의 취약층이 굶주림과 병으로 다수 사망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식량을 살 돈이 없었던 것이다.
이 혼란의 반성일까, 지난해 김정은 정권은 '절량세대'를 초봄부터 조사해 옥수수 등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구제책을 폈다. "굶어 죽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라고, 취재협력자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