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수확 중인 농장원들. 2023년 9월 하순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아시아프레스)
<북한특집>김정은이 시도하는 농정 개편의 실체는 무엇인가 (1) 농장에서 '협동'이 사라졌다 농업 관련 법규 대폭 손질

◆ 현지조사로 알게 된 농장의 생산권한 확대

김정은 정권의 농업정책 개편의 일환으로 농장의 기업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을 개정된 법률과 현지 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농장의 자율경영 범위가 확대되고 김일성이 제시한 ‘주체농법’의 원칙들이 경원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변화하는 농장의 현주소를 생산의 측면에서 보고한다. (전성준 / 강지원)

◆ 농장은 기업체라고 법에 명시

북한 당국은 2021년 11월, 2020년대 들어 네 번째로 농장법을 개정했다. 해당 법의 제2조는 농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농장은 토지를 기본생산수단으로 하여 농업생산과 경영활동을 진행하는 사회주의농업기업체이다.”

이 조문은 2015년 ‘사회주의농업기업소’라는 표현으로 처음 등장했다.

법령을 통해 농장을 기업으로 규정한 것은 농업 생산의 주체로서 농장의 지위와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취지로 보인다. 즉, 농장의 기업화를 통해 식량생산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정권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법 개정 이후 농장 운영의 실제에 있어서 어떤 구체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시아프레스는 함경북도의 두 농장에서 조사를 진행해 왔다.

농장을 조사한 두 명의 취재협력자 중 A 씨는 농장원, B 씨는 도시주민이며 인근 농장의 조사를 지속해오고 있다. 조사 대상인 두 곳 모두 농장원이 500명 정도로, 벼농사보다는 옥수수를 위주로 하는 북부의 전형적인 농장이다.

◆ 경영 자율권과 함께 책임도 커져

지난 2월 초, 취재협력자 A 씨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제는 농장이 자립적으로, 독자적으로 생산 활동을 하라는 원칙이에요. 농장이 국가계획 외 초과생산물을 가지고 자체로 영농물자, 종자, 기름 같은 것도 해결해 농사지으라는 거예요”

과거 원칙적으로 국가로부터 일체의 영농물자를 공급받아 계획을 수행하던 것과는 달리 이제 농장이 기업처럼 수지를 맞추면서 경영하라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농장 경영자율권 확대는 농업 생산에 대한 국가의 관여를 축소하는 한편, 농장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 종자 선택도 이제 농장이

그러면 우선 농사의 중요한 요소인 종자의 선정 및 현장 도입에 대해 알아보자.

2025년 2월 말, A 씨는 농장에 종자 선택권이 주어졌다고 전했다.

“이전과 다른 점은 종자 선택이나 곡물 관리 등을 농장이 책임지고 자체로 해서 과제를 수행하라는 방침이에요. 예전에는 종자도 국가에서 받아오고 했는데, 지금은 국영 채종농장에서 농장이 원하는 품종을 직접 사야 해요”

또 다른 협력자 B 씨도 3월 중순 조사에서 비슷한 내용을 확인해주었다.

“올해 종자 확보를 위해 농장에서 직접 채종농장을 다니면서 종자 1kg에 식량 1.5kg을 주고 교환하는 방식으로 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24년 7월 보내온 보고에서 B 씨는 다음과 같이 전해왔다.

“올해(2024년) 초에 농업성 지시를 통해 종자혁명을 강조했고, 이와 관련해서 현지의 지력(토질상태)에 따라 과감하게 종자 변경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어요”

이는 국가가 직접 경작할 작물을 정하고 종자를 공급하던 과거에 비해 확실한 변화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