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특집>김정은이 시도하는 농정 개편의 실체는 무엇인가 (1) 농장에서 '협동'이 사라졌다 농업 관련 법규 대폭 손질
2021년 개정된 북한 농장법에서는 농장의 경영권이 확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시아프레스의 농장 현지조사에서도 생산의 국가계획 수립 과정에 농장이 직접 관여하고, 농장의 자율적 재량권이 커지는 등의 많은 변화가 보이고 있다. "농장은 이제 지주 같은 역할을 한다"는 현지 농민의 증언은 김정은 시대 농정 개편의 본질을 드러낸 듯하다. (전성준 / 강지원)
◆농장 경영권의 확장
최근 변화의 핵심은 농장의 경영권 범위가 확장되고 그것이 법적으로 명문화된 것이다. 2021년 개정된 농장법에는 2015년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농장의 경영권에 관한 항목이 추가되었다.
농장법 제22조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농장은 경영활동에서 계획권과 생산조직권, 관리기구 및 로력조절권, 생산물처리권, 자금리용권 같은 경영권을 가진다. 농장은 국가가 부여한 실제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경영활동을 주동적으로, 창발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함경북도의 두 농장 현지조사에서도 농장의 경영권이 실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계획 작성에 농장 직접 관여
지난 3월 말, 함경북도의 농장원인 취재협력자 A 씨는 생산의 국가계획이 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려오던 과거와 달리 농장의 구체적 실정에 의거해서 당국과의 협상 하에 정해진다고 전했다.
“국가계획은 위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고 농장이 운영비, 영농자재비, 분배 등을 모두 고려해서 생산량을 (정부기관에)제출하면 거기서 조정하는 식으로 정해요.”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그러나 A 씨는 그럼에도 여전히 계획 수행은 쉽지 않다면서 “작년에는 계획량이 알곡으로 약 400톤이었는데, 실제로는 10% 정도 미달되었다”고 말했다.
A 씨의 이 같은 진술을 뒷받침하는 농업 관련 법률은 찾을 수 없었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2023년에 개정된 농장법(현재까지 미공개)에 계획 산정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이 도입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변화가 확실하다면, 과거 국가계획의 피동적 수행자에서 주도적으로 계획작성에 관여하고 협상하는 방향으로 농장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