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옥수수 대체하는 밀, 보리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밀, 보리의 경작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경부터 이에 대한 협력자들의 보고가 있었지만 (2024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B 씨는 작년 여름 보고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농지 중에서 옥수수가 잘 안 되던 땅을 선별해서 밀을 심도록 하고 밀을 전문 다루는 밀분조를 따로 만들었다. 이모작에 대한 지시가 내려왔는데, 과거에 (옥수수)수확량이 낮은 땅들에 밀, 보리를 심도록 했어요. 분조별로 최고 1/3 정도가 이모작 작물을 심었다고 해요”
올해 3월에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밀, 보리 면적은 지난해에 비해 2~3정보 정도 추가로 늘린 상황이다”
※ 1정보는 약 1ha이다.
이러한 변화의 법적 근거를 2021년 개정된 농장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농장법 제5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농작물배치에서 강냉이(옥수수)농사는 최대한 제한하고 벼농사와 밀, 보리 농사에로 방향전환을 하도록 한다.”
옥수수에 비해 노력과 비료 등 영농물자가 적게 들고 이모작이 가능한 밀, 보리 재배로 농업생산량을 늘리려는 당국의 의도가 현지에서 실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B 씨에 의하면 밀, 보리 농사에 대한 현지 농장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한다.
“비닐박막, 비료, 살초제 등 영농물자가 옥수수의 1/3 정도밖에 안 들고, 지력이 낮은 땅에 심어도 옥수수 이상의 소출을 낼 수 있어서 농장에서도 반기고 있어요”
◆ ‘주체농법’의 포기인가?
북한에서 지도자가 정한 지시나 방침은 법을 초월하는 구속력이 있고, 북한 사회 경직성의 주원인으로 작용해왔다. 농장 자율권을 확대해 자체 재량으로 종자를 선택하거나 옥수수 농사를 밀, 보리 농사로 대체하는 등의 변화는 김일성이 제시한 주체농법 등 지도자의 과거 방침과 위배되지 않을까?
농장의 최근 변화를 주체농법의 포기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 B 씨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주체농법을 부정하는 분위기 보다는 지구온난화나 기후 변동에 따른 대책안으로 선전하고 있어요. ‘기후 풍토의 변화에 따른 우리식의 농사혁명’이라는 취지로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어요”
주체농법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그 원칙을 지워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실제로 주체농법과 선대의 영향력을 지우려는 작업이 내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농장 차원에서 주체농법과 유훈 관철이라는 문구들을 (2024년) 4월부터 모두 없앴는데, 특별한 지시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과거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농업개혁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어요”
※ 유훈 : 죽은 사람이 남긴 훈계라는 뜻으로, 북한의 전 지도자였던 김일성과 김정일의 전반적인 국가운영과 사회생활의 각 분야에 남긴 훈시이며 이는 북한 사람들의 삶에 법 이상의 구속력을 행사해왔다.
※ 주체농법 : 식량의 자급자족을 목표로 1970년대에 김일성이 구상하고 만들어낸 농업의 지도원칙과 농사법에 대한 지침으로, 북한에서 구시대적인 농사방법이 유지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음 회에서는 농장의 경영자율권이 확장되면서 현지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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