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에서 회의하는 여성들. 수확 작업에 동원된 '여성동맹원'으로 보인다. 2023년 9월 말 중국 측에서 촬영한 평안북도 삭주군의 모습. 아시아프레스

북한에서 곧 연례행사인 '농촌동원'이 시작된다. '밥숟가락 드는 사람은 모두 참가하라'라는 구호를 내걸고, 고급 간부부터 초등학생까지 전 국민이 퇴비 운반과 모내기, 김매기 등의 원농작업에 동원된다. 올해부터는 가정주부 중에서 원농 전담 '돌격대원'이 선발돼, 농촌에 집중 파견된다. 또한, 동원된 사람들의 식비를 농장에 부담시키기로 해 파문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북부 지역에 사는 두 명의 취재협력자가 3월 후반부터 4월에 걸쳐 전했다. (홍마리 / 강지원)

◆ 여성동맹에서 '돌격대' 선발해 농촌에 동원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 A 씨는, 올해도 중앙으로부터 '농업에 총집중하라'라는 지시가 하달됐다며 농촌동원에 관한 최신 움직임을 이렇게 전한다.

"(각 동의)여맹에서 20명을 선발해 (농촌 지원하는)'돌격대'를 조직했다. 이 '여맹돌격대'로 농촌에 동원되는 사람은 다른 봉사 노동과 정치학습 동원에서 면제된다"
※ 여맹 : 정식 명칭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주로 직장에 적이 없는 주부로 구성된다.

돌격대란, 통상 국가적인 건설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건설 토목 전문 노동 부대를 말한다. 그러나 신형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김정은 정권은 기업과 공장으로 하여금 '농촌돌격대'라는 원농 전문 조직을 만들게 해 농작업에 인력을 집중 투입해 왔다. 올해는 그 범위를 넓혀 가정주부 돌격대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 동원자의 식사, 노임은 농장이 부담하라

올해는 또 하나의 '신제도'가 등장했다. 다른 취재협력자 B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까지는 농촌에 동원돼도 공짜로 일했는데, 올해는 '여맹'과 기관, 기업소로부터 동원돼 온 사람에게 농장이 현금과 점심을 제공해야 한다고 한다"

공장과 기업소에서 조직적으로 농촌에 동원된 경우는 식사도 노임도 기업 부담이었지만, 주부와 학생의 경우는 식사와 농장까지의 교통비도 자기 부담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조직에서 동원된 사람에게 농장이 하루 900원(월 노임 2만 원 상당)의 현금이나 식사를 지급해야 한다는것이다.

※ 3월 말 시점에서 북한 1000원은 한화 약 58원. 현재 노동자 평균 노임은 3만 5천~5만 원 정도. 백미 1kg은 약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