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 정교한 위조지폐가 대량으로 나돌고 있다. 위조지폐는 북한 원에 그치지 않고, 중국 위안, 금권 '돈표'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당국은 기를 쓰며 단속하고 있지만, 유통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이다. 4월 중순, 북부 지역에 사는 두 명의 취재협력자가 전했다. (홍마리 / 강지원)
◆위조지폐 소지만으로도 처벌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평안북도 평성시에서 위조지폐가 대량으로 나돌았으며, 다른 지역에도 확산돼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5천 원 지폐와 중국의 20위안 지폐, 그리고 금권인 '돈표'가 많다고 한다.
※ 돈표 : 조선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임시 금권. 신형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심각한 경제난의 구제책으로 발행했다. 같은 액면의 정규 화폐와 교환할 수 있다. 최고 액면은 5만 원.
협력자는 이렇게 전한다.
"평성에서 위조지폐가 나돌아서 당국이 인민반을 통해 '가짜 돈을 철저히 신고하라'고 통달했다. 위조지폐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소지한 것만으로도 범죄 행위로 간주, 소지자까지 처벌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협력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조지폐가 손에 들어왔다고 한다. 어떻게 처리했을까?
"신고하지 않고 몰래 썼습니다. 자기에게 돌아왔을 때 발각되면 손해를 보지 않습니까. 그래서 모두 신고하지 않고 일단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위조지폐를 신고해도 당국은 몰수할 뿐, 대신 새 지폐를 주지 않는다. 즉, 정직하게 신고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위조지폐는 계속해서 유통된다. 결국 돌고 돌아 국고에 들어가면 국가도 손해를 보게 되므로, 당국은 필사적으로 단속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국영공장에서 대량의 위조지폐가 적발되는 사태도
사실 정교한 위조지폐가 유통되고 있다는 정보는 지난해 11월쯤부터 북한 북부의 여러 지역에서 전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과 같이 당국이 대규모 단속에 나서는 일은 없었다.
혜산 협력자에 따르면 실제로 이런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한 국영공장의 경리 담당이 은행에 납금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은행에 갖고 간 돈 중에 120만 원이 가짜 돈이었다고 한다. 경리담당은 경찰과 검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이번에는 모두 시장 거래를 통해 들어왔다고 판명돼 시장에 주의를 환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 4월 초 시점에서 북한 돈 1000원은 미국 달러로 약 0.0414불. 120만 원은 약 49불63센트.
위조지폐의 유통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인 듯하다. 큰 금액을 거래할 경우, 지폐 선별기를 도입하거나, 은행에서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