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마을의 가을풍경. 마당과 지붕에서 추수한 옥수수를 말리고 있다. 2024년 10월, 함경북도 회령시 근교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특집>김정은이 시도하는 농정 개편의 실체는 무엇인가 (1) 농장에서 '협동'이 사라졌다 농업 관련 법규 대폭 손질

김정은 정권의 농정 개편 정책으로 인해 농장 운영에서 많은 변화가 보이고 있다. 지난 기사에서는 생산의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회부터는 생산물의 분배 측면에서의 변화를 살펴본다. 국가계획 우선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농장원의 생산 의욕을 높이려는 북한 당국의 시도와 그 효과를 분석한다. (전성준 / 강지원)

◆ 분배, 농장원의 생명줄

먼저 북한에서 분배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자.

2020년에 처음으로 제정되고 2023년에 개정된 북한 「로동보수법」 2조 7항에서는 분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결산분배란 농산, 축산, 과수, 잠업, 제염, 양어부분 등 월마다 생산 및 재정활동을 총화하기 어려운 부문에서 일정한 기간을 주기로 하여 생산 및 재정활동을 총화하고 수입을 확정하여 분배하는 사업이다’

즉, 결산분배에 의해 국가의 분배 몫이 우선적으로 정산된 후 농장원의 분배 몫이 정해지게 된다.

원칙적으로 노동자가 매달 국가로부터 배급과 노임을 지급받는 것과 달리 농장원은 1년에 1~2회 정도의 분배를 통해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게 된다. 분배는 농장원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입원인 것이다.

협력자들은 농장원의 1인당 분배량의 기준은 하루 식량 750g으로, 1년 분배 몫은 260kg이라고 증언했다. 이는 규정된 노동의 양과 질을 모두 충족시켰을 경우에 해당하는 양이다. 북한 농장에서는 ‘노력일 제도’라는 특유의 시스템을 통해 농장원의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생산량의 감퇴로 국가 계획도 미달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난 20~30년간 농장원들의 분배는 정해진 기준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개정 법률에서의 분배

법률을 통해 현 분배제도의 세부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몇 가지 내용들을 유추할 수 있다.

2021년 11월 개정된 농장법 30조에는

농장은 분조에서 국가알곡의무수매계획과 농장공동조성몫을 수행한 경우 (중략) 생산한 알곡을 분조단위로 전량 현물로 분배하여야 한다

고 명시되어 있다.

2021년 3월 개정된 양정법 12조는

‘국가계획기관, 중앙농업지도기관은 해마다 량곡수매계획을 의무수매계획과 계약수매계획으로 나누어야 한다. 의무수매계획은 토지와 관개용수, 전력리용몫, 국가가 투자한 영농물자리용몫 같은 것에 해당한 량곡량을 수매하는 것으로 세워 년초에 농업지도기관에 시달하여야 한다. (중략) 계약수매계획은 총 알곡생산계획가운데서 의무수매계획과 농장들이 자체 소비할 량곡 같은 것을 고려하여 세운다’

고 정하고 있다.

양곡수매는 원칙적으로 주민에 대한 국가의 식량공급을 주장하는 당국이 군대와 도시주민, 공장 노동자 등의 배급을 보장하기 위해 농장으로부터 국정가격으로 식량을 사들이는 과정을 말한다.

옥수수 수확 중인 농장원들. 2023년 9월 하순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아시아프레스)

◆ 분배에 우선하는 계획, 달라진 것은?

법령을 통해 분배의 우선순위는

1. 의무수매계획
2. 계약수매계획(농장공동조성몫)
3. 농장원분배 순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계획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없다. 다만 계획만 수행한다면, 그 나머지는 얼마가 됐든 모두 농민의 몫이라는 점은 큰 차이다.

이는 농장원들의 생산 의욕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새로운 분배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존재한다. 북한 농촌의 만성적인 물자부족과 비효율성, 토지 능력 저하, 자연재해 등의 영향으로 국가계획을 맞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두 법령이 비슷한 시기에 개정되었음에도 용어의 사용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농장법에서 공동조성몫이라는 용어가 량정법에서는 계약수매계획으로 나타난다. 여전히 분배정책에 혼선이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 기사에서는 현장에서 실제로 분배정책이 어떻게 도입되고 있는지 현지 취재협력자들의 보고를 통해 알아본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
<북한특집>김정은이 시도하는 농정 개편의 실체는 무엇인가 (3) 확장되는 농장의 경영권 “이제 농장이 지주 역할 한다”는 농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