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특집>김정은이 시도하는 농정 개편의 실체는 무엇인가 (1) 농장에서 '협동'이 사라졌다 농업 관련 법규 대폭 손질
북한이 도입한 새로운 농업 분배제도가 오히려 농장원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 현지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생산량의 70~80%에 달하는 과도한 국가계획량 책정으로 실제 분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생산계획 미달 시 분배에서 제외되는 등 엄격한 적용으로 농장원 사이에서는 “맥이 풀린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전성준 / 강지원)
◆정책의 적용 속도는 느려
북한의 전반적 농정 개편에서 분배제도는 현실에 반영되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아시아프레스가 분배제도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처음으로 입수한 것은 2024년 3월이었다. 당시 아시아프레스의 함경북도 취재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농업 관련 법이 바뀌면서 지배관리, 판매, 유통, 국가 계획 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왔고 새로운 분배 및 공급 방식도 변화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시아프레스가 파악한 범위 내에서 현재 북한 농촌에서 시행되고 있는 분배제도에 대해 보고한다. 우선 최신 북한 법률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농장을 조사한 세 명의 협력자 중 A 씨는 농장원, B 씨와 C 씨는 도시 주민으로 인근 농장을 조사하고 있다. A 씨와 B 씨는 함경북도, C 씨는 양강도에 거주하고 있으며 조사대상은 모두 농장원이 모두 500명 규모의 농장으로 벼농사보다는 옥수수를 위주로 하고 있다.
◆과도한 국가계획에 “맥이 풀린다”
2024년 5월,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 B 씨는 인근 농촌을 조사할 때 현지 농장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국가 계획량은 생산량의 70~80%가 된다고 해요. 그 나머지로 분배를 준다는 건데 벌써부터 가을 분배 걱정한대요. 올해 농사에서 생산량이 줄어들면, 농장원들의 분배량도 적어진다는 걸 (농장 간부들이) 계속 강조하면서 어떻게든 농장일을 자기 일처럼 하도록 추동하고 있어요”
하지만, 과도한 국가계획으로 새로운 분배정책은 농장원들 사이에서 처음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당시 B 씨는 지적한다.
“작업반별로 국가계획과제를 통보했는데, 정보당 옥수수는 4. 5t으로 정해서 농장원들이 불만이 크다고 해요. 보통 3.5t이 기본인데 높게 잡았다는 거예요. (새로운 정책으로) 그래도 좀 여유가 될 줄 알았는데, 계획량이 높게 책정돼서 농장원들이 손 맥이 풀려 해요”
※ 북한의 농장은 수 개에서 수십 개의 작업반으로 이루어진다. 작업반은 생산의 말단 단위인 분조들로 구성되며 분조에는 보통 10명 내외의 농장원이 속한다.

◆실제 분배는 역시…
2024년 10월, B 씨는 새로운 분배정책이 적용된 첫해 수확시기를 맞아 현지의 분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해왔다.
“생산계획을 수행하지 못한 농장원들을 분배에서 제외한다고 해요. 분배도 상, 하반 년으로 나눠서 하는데, 상반 년은 가을 곡식으로 지급하고, 하반 년에는 밀, 보리 같은 이모작 작물로 대체한다는 겁니다”
농장원인 취재협력자 A 씨도 2025년 2월, 지난해 분배 상황에 대해 보고해왔다.
“현재 국가 계획량이 높아서 분배도 가져가기 힘든 상황이에요. 작년 분배도 70%밖에 주지 못했어요. 4월분까지만 일단 분배하고 나머지는 농사철에 매월 공급하는 식으로 했어요”
분배를 나누어 지급한다는 협력자들의 보고는 춘궁기 절량세대에 대한 대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보릿고개, 즉 지난해 식량이 다 떨어지고, 새로운 곡식은 아직 나오지 않는 춘궁기는 북한 농촌의 골칫거리다. 해마다 이시기에는 식량도, 자금도 바닥난 절량세대가 속출했고 농장의 노동력 운용에도 차질이 생기게 했다.
새로운 분배정책의 시행에도 농장원이 분배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북한 농촌의 고질적인 문제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모자라는 식량을 충당하기 위해 농장원들은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새로운 농정 개편이 농장원들의 삶의 방식에 어떤 위협을 초래하고 있는지 다음 회에 이어서 보고한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특집>김정은이 시도하는 농정 개편의 실체는 무엇인가 (4) 국가계획 VS 농장원의 생존, 어떻게 나눌 것인가? 분배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