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인근 도로를 봉쇄하고 통행인을 검문하는 병사. 보위국이 관할하는 '10호초소'로 보인다. 신분증과 통행증, 휴대전화를 주로 검사한다고 한다. 2023년 9월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 사회에는 통신의 비밀이라는 개념이 없다. 전화가 공안기관에 도청되고 있다는 것은 주민들에게 상식이었다. 이러한 모습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2008년 12월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서부터다. 더 나아가 2010년경부터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자, 새로운 다기능 단말기의 통제를 두고 김정은 정권은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

북한의 스마트폰에서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다. 메시지(‘통보문’이라고 불림)에서는 은어도 사용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에게 현금이나 쌀을 주고 등록을 시켜 만든 ‘대포폰’도 만연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자기 이름으로 등록된 전화기를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대포폰’으로 인해 북한에서는 ‘통신의 자유’가 생겨났다. 가령, ‘대포폰’ 사용자들끼리 김정은에 대한 비판이나 험담을 나눴다고 하더라도, 당국이 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북한내부> 횡행하는 '대포폰', 도청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로운 통화... 김정은 정권은 위기 느끼고 단속 강화

몰래 유입된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K-POP이 스마트폰을 통해 젊은 세대 사이에 퍼지게 되었다. 또한 ‘통보문’에서는 한국식 말투를 흉내 내는 것이 유행했다.

※ 한국의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2021년 시점에서 추정 600만 대의 휴대전화가 사용되고 있다. 인구당 보급도는 30% 정도일 것이다.

◆ 강력한 통제에 나선 김정은 정권

답답함을 느낀 북한 당국은 2019년경부터 강압적인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그 방법은 의외로 원시적이었다. 단속팀이 거리를 순찰하면서 주민들이 소지한 휴대기기의 기록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북한내부>그렇게까지... 휴대전화 감시 통제 강화 수리 시 정보 빼내, 일상 촬영도 감시

“손전화기(휴대폰)에 남아 있는 ‘통보문’과 사진, 동영상을 검열합니다. 전화기로 가족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것까지 전부 조사해서, 조금이라도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전화기를 압수하고, 전문 부서에서 과거에 삭제된 자료까지 복원합니다”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북한의 스마트폰. '지능형 휴대전화기'라 불리며, 인트라넷에만 접속할 수 있다. 2020년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했다.

◆ 대학생 커플이 단속에 반발했더니...

3월 말, 양강도 혜산시에서 약간의 소동이 있었다고, 현지에 사는 협력자가 전했다. 이하는 그 개요이다.

시내 소년회관 앞에서, 안전국 ‘규찰대’(경찰 산하의 풍기 단속 조직)가 대학생 남녀의 휴대전화를 검열하려다 말다툼으로 번졌다.

"전화기의 안을 보여라", "싫다", 이렇게 실랑이가 벌어졌다. 남자 대학생은 "수색 영장이 있나?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라며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부숴버렸다.

‘규찰대’가 눈여겨본 이유는, 소년회관 근처 공원에서 이 대학생 커플이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조사를 거부하고 스마트폰을 부수자, ‘규찰대’는 그들이 단말기 안에 불법 영상이 있는 것을 은폐하려 했다고 판단, 커플을 연행하여 구류해버렸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 숨기려고 한 것은 '연애 중인 영상'이었다고 한다.

아마, 스마트폰 안에 스스로 촬영한 애정 표현 영상이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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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육한 돼지의 사진까지 추궁

취재 협력자는 자신도 단속에서 매우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집에서 기르고 있는 돼지를 팔려고, 사진을 찍어서 지인에게 사지 않겠냐고 보냈습니다. 외출 중에 단속을 당해, 전화기의 저장 내용을 조사당했는데 그 돼지 사진이 나왔습니다. '왜 돼지 사진 같은 걸 보냈냐'고 추궁을 받았는데, 팔려고 했다고 설명하고 겨우 휴대전화는 돌려받았어요.

단속이 너무 귀찮아서, 휴대전화를 집에서만 사용하고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진뿐만 아니라, 지인과 주고받은 ‘통보문’까지도 확인합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복잡히니까, 가능한 한 통보문은 작성하지 않고, 사진이나 영상을 찍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도시 지역에 거주하며 생활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 편리할 것 같은 휴대전화가 오히려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도구일 수 있다는 것을 주민들은 잘 알고 있다. (이시마루 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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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